| 글제목 |
규칙보다도 믿음이 |
| 작성일 |
2003-03-03 |
메트로 칼럼
최성용씨(엘지 수퍼마켓 송파점직원)가 기고한 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 지켜야 할 규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어떤 규칙은 법으로 정해져 있어 지키지 않았을 때 처벌을 받기도 하고, 어떤 규칙은 그것을 어겼을때 법의 처벌은 받지 않지만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감수해야 한다.
사회의 규칙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한 사건이 얼마전 극장에서 있었다.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로 유명했던 한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모두가 숨죽인 그곳에서 난데없이 휴대폰 진동소리가 들렸다.
'아니, 극장에서 휴대폰을 끄는 것은 기본일텐데....'라고 생각할 즈음 두번째 문제가 발생했다.
휴대폰의 주인임 직한 남자가 그 전화를 받아 통화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주 작은 목소리 였지만 때마침 클라이맥스를 향해가고 있던 영화관람을 방해하기에는 충분했다.
통화가 길어지자 사람들은 하나 둘씩 그남자에게 무언의 시선을 꽂았고, 남자는 전화통화를 끝내고는 이내 황급히 극장을 나갔다.
이정도로 당시 상황이 진정됐지만 후에 나는 다른 시각으로 극장에서의 일을 생각하게 됐다.
'과연 그 남자에게 눈을 흘길 필요가 있었을까' 하고 의문을 갖게 되면서 말이다. 그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곳에서 지켜야할 '공중도덕'을 어긴 그 남자를 탓했다.
'자기만 편하자고 많은 사람을 방해하다니'라고 생각하며 많은 사람들이 속으로 손가락질 했을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전화통화를 한 남자에게 눈을 흘긴 것은 아니었다.
분명 그의 통화소리가 영화 관람에 방해가 됐을텐데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시선조차 돌리지 않는 사람드로 있었다. 그들은 어떤 생가긍로 극장에서의 기본적인 규칙도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눈한번 흘기지 않았던 것일가 긍금했다.
'극장에서 전화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매너고 그사람도 그것을 알텐데, 그럼에도 전화는 것을 보면 매우 급한 일인가 보군'이라는 생각을 하진 않았을까. 그러한 생각때문에 극장에서 통화하는 사람을 그냥 내버려 두게 하진 않았을까.
서로 지켜야할 예의 와 규칙을 지키지 못한 사람을 지적하며 항의하는 사회가 얼핏 더 건전하고 성숙한 사회로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진정 성숙한 사회로 가는 길에 한가지 빠진 게 있다. 바로 모든 사람들이 예의와 법칙을 지칠 것이라는 '믿음'이 그것이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규칙도 필요하지만, 서로에 대한 따뜻한 믿음 또한 필요하다고 본다.
내가 남을 배려했듯이 남도 나를 배려할 것인라는 믿음, 내가 규칙을 지키듯이 남도 규칙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 내가 열심히 하듯 남도 열심히 할 것이라는 믿음, 타인의 인격과 행동에 대한 믿음 말이다.
이와 같은 믿음이 서로에게 없다면 모든 행동은 규칙으로서, 그것도 처벌이 뒤따르는 차가운 규칙으로 제한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