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제목 |
* Camino de Santiago 순례 길을 다녀와서 * |
| 작성일 |
2009-03-19 |
* 아래의 내용은 기독공보 3월 14일자 27면에 실린 글을 복사하여 올려봅니다.
* Camino de Santiago 순례 길을 다녀와서 *
이철수 목사(삼애교회)
지난 해 봄. 카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 길에 대한 몇 권의 책을 읽으며 언젠가는 이 길을 걷고 싶다는 강한 도전과 비전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2009년 2월 말 독일에서 열리는 EURO KOSTA(유럽 유학생수련회) 어린이집회에 청함을 받았고, 집회 전에 산티아고 순례 길을 다녀올 수 있는 반가운 기회가 온 것입니다.
1월 12일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한 후, 여기서 버스와 기차를 이용하여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 주변에 위치한 아름다운 프랑스의 작은 마을 생장 피드 데 포르에 도착하였습니다.
이곳에서부터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약800KM를 32일 전후로 걸어서 도착하는 순례의 길이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겨울 산티아고 순례 길이기에 두툼한 외투와 겨울내의, 등산용 가스버너와 등산화와 두 켤레의 운동화, 갈아입을 옷들과 우의, 컴퓨터 노트북과 기타 여러 준비물을 담은 배낭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프랑스의 눈이 덮힌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에서의 출발지인 론세스바예스, 팜플로나, 에스테야, 로그로뇨, 부르고스, 레온, 아스트로가, 폰페라다, 멜리데를 거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크고 작은 도시들과 작은 마을을 통과하는 순례의 발걸음은 발과 어깨에 고통과 아픔을 주었지만, 하나님이 주시는 영적인 풍성한 은혜 속에서 나오는 큰 감사와 큰 기쁨이 있었습니다.
에스테야 알베르게(순례자 숙소) 거실에 "El Camino es tu Maestro"(순례 길은 당신의 스승입니다.)라고 써 있었던 것처럼, 이번 순례의 길에서 여러 교훈을 얻었고, 많은 것을 생각하고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께 기도하며, 자신을 돌아보며 참회하며, 더 큰 인내를 배우고, 다른 나라 사람들을 만나 배우고 느끼는 놀라운 은혜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산티아고 순례의 길은 좁은 문과 좁은 길로 가는 고난과 인내의 길이었습니다. "고통이 없이 영광은 없다" 라는 말을 실감케 하듯, 무거운 배낭과 함께 어깨와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다리는 아팠지만, 예수님이 받으신 고난을 생각하며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 북부지방의 겨울은 짙은 구름으로 가득한 하늘과 자주 내리는 비와 눈, 진눈깨비와 강한 바람으로 순례자들을 힘들게 했지만, 모든 순례 길에서 "감사의 마음"으로 저를 감격하게 했습니다.
이러한 감사는 ① 겨울에는 산티아고를 찾는 순례자들이 소수이기 때문에 순례자들의 숙소인 알베르게는 난방이 되지 않아 매우 추웠습니다. 그러나 순례자들이 따스한 방에서 자고, 편안하게 순례한다면 무슨 유익이 있겠는가를 생각하니 추운 숙소가 도리어 감사하기만 했습니다.
② 자주 내리는 눈, 비로 인해 낮이면 발이 빠지는 진창으로 쉽지 않는 걸음이었지만, 진창과 같은 어려운 목회와 인생의 길을 용감하게 맞설 수 있는 담대함을 주시니 역시 감사하기만 했습니다.
③ 알베르게 숙소에서 지어놓은 밥에 소금으로만 간을 한 주먹밥으로 산이나 들에 앉아 점심 식사를 하며, 순례 길에 온 것이 너무 감사해 눈물을 한참이나 흘리기도 했습니다.
④ 순례 길을 통해 많은 것을 얻게 하시는 것에 또 감사뿐이었습니다. 시골길에서 어느 할머니가 물 한 병을 쥐어 주시는 사랑이, 간혹 만나는 스페인 사람들이 순례 걸음을 축복해 주는 말 한마디와, 작은 미소 하나가 너무 감사했습니다. 하루 종일 걷는 발걸음 속에서 얻어지는 하나님의 풍성하신 사랑과 은혜와 교훈이 있기에 얼마나 감사한지 역시 하나님께 큰 감사를 드렸습니다.
순례 길을 걷는 중 누군가 벽에 굵은 페인트로 써 놓은 글을 보았습니다. "누가 당신을 부르기에 산티아고 순례 길을 가십니까?" 이 글의 의미를 묵상하며, 저 역시 이곳에 온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의 수십 만 명의 사람들이 산티아고 순례 길을 경험했으며, 지금도 시간과 물질과 자신을 드리며 순례의 길을 걷고 있는 순례자들에게는 분명한 이유와 의미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순례 길을 걸으며 다시금 목회자로 주님의 부르심의 사명에 순종하며, 목회 사역과 비전의 헌신을 새롭게 정립하라는 주님의 인도하심이라고 믿으며 인내하며 걸었습니다.
끝으로, 산티아고 순례 길을 통해 다음과 같은 영적인 삶인 영성에 큰 유익이 있었습니다.
① 길을 걸으며 걷는 수고의 과정을 지나 참회와 회개의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② 하나님께 나의 남은 목회사역의 모든 것을 맡기며 기도하는 재 헌신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③ 작은 목회 사역이지만 사역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스트레스를 씻어 버리고 영적인 풍성함으로 채워지는 재충전의 사간이 전개되었습니다.
④ 고난의 발걸음 속에서 인내하며 연단을 받으며 더욱 감사하는 사람으로 변화되어진 것 같았습니다.
주님의 도우심과 성도들의 사랑의 기도 덕분에 31일째 되던 오후 3시경 이곳 산티아고에 도착하므로 모든 순례의 여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순례의 길을 마친 후 첫 고백은 “하나님! 감사 드립니다.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였습니다.
"다음날 오전 11시 30분 산티아고 성당 옆 순례자 사무실에서 마지막 스템프와 완주 인증서를 받았을 때, 순례자 학교를 졸업하는 졸업식과도 같았습니다. 그동안의 어려웠던 순간들이 눈이 녹듯이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리고 마음 속에 기쁨이 솟아났습니다.
산티아고 순례는 경건의 학교와 같아서 많은 교훈과 영적인 풍성함을 주었지만, 감사할 수 없는 목회 현실 속에서 가장 먼저 "감사, 감사하는 목회자”가 되도록 하는 교훈을 주었습니다. 다시한번 산티아고 순례를 통해 목회자로서의 재충전과, 깊은 은혜의 바다에서 주님과 동행하는 시간이었음을 고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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